목회일기

7월 교회사역을 계획하며 마음속에 여러가지 고민이 있었다. VBS, 런던선교 훈련, 테네시 목회자들과 최선교사 부부의 방문. 한달안에 다 소화하기에 조금 벅찬것은 아닐까. 이렇게 사역이 펼쳐져 가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일까. 우리 교회는 현재 선택과 집중, 가지치기를 통해 성장동력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 아닐까. 이런 저런 마음을 가지고 기도하는 중에 주님께서 어느 것 하나도 취소하거나 미루라는 마음을 주시기 보다는, 한번 감당해 보라는 마음을 주셨다. 순종하면 저마다 다르게 보이는 이 사역들 속에서 주님의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도 생겼다. 그래서 순종했고, 주님께서는 내게 두가지 명확한 메시지를 주셨다.

1.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은 우리를 하나되게 한다.

빅터침례교회가 사역을 마치고 돌아가는 수요일, 우리는 정말 아쉬운 작별을 해야 했다. 눈물을 훔치는 사람도 여럿 있었고, 그래서 꼭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나누었다. 3일밖에 함께 시간을 보내지 않은, 3일 전까지만 해도 남남이었던 사람들, 더군다나 인종도 다르고 언어도 완벽하게 소통되지 않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렇게 사랑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을까?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때문이었다. 그 사랑을 다음세대에 전해야만 한다는 공통된 비전과 사명감으로 3일을 보낸 늘사랑과 빅터교회 성도들은 그 사랑 안에서 하나가 되었다. 그 어떤 자선행사도, 대기업의 탁월한 신입사원 프로그램도, 3일이란 시간안에 사람을 이렇게 하나로 묶을 수는 없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에는 인종도, 언어도 초월하는 능력이 있었다.

나는 이 사실을 테네시 목회자들의 방문을 통해 다시한번 확인했다. Clarkston에서 일어나는 난민사역을 소개하던 중, 우리는 두명의 무슬림 남성과 장시간 대화를 주고 받을 기회가 있었다. 그 중 한 사람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난민이었고, 강성 무슬림 성향을 띄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 사람이 탈레반에 의해 자신의 가족들이 살해된 이야기를 우리에게 나누며 흐느껴 울었다. 정말이지 영화에서나 보던 잔혹하고 치밀한 범행과정이 이 사람들에게 일어났다. 차량에 설치된 폭탄이 폭발되면서 친형의 시체가 산산분해 되었고, 그 시체를 하나씩 주어 유해를 수습하던 이야기를 할 때, 현장에 있던 5명의 침례교 목회자들과 2명의 무슬림 청년은 함께 흐느껴 울었다.

그 청년이 이야기를 다 마치고, “우리는 기독교의 목사인데, 당신을 위해 기도해 주고 싶다. 그러나 당신이 강성 무슬림인것을 알기 때문에, 거절해도 괜찮다”라고 말했을때, 이 남성은 자신을 위해 기도해도 좋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를 포함한 5명의 목회자들은 이 남성에게 손을 얹고, 무릎을 꿇고, 간절한 마음으로 장시간 기도했다. 예수님께서 이 무너진 인생에 소망이 되어 주시기를. 이 사람이 예수님을 영접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를..

기도를 마치고 이 남성의 눈이 붉게 충혈된 것을 보았다. 그리고 작별의 인사를 나누었다.

그 기도를 마친 뒤로 나와 테네시의 4명의 목회자들은 서로에게 동료애를 넘어선 형제애를 느꼈다. 식사교제를 하며 나에게 질문하는 내용이 바뀌었다. 나의 개인적인 건강에 대해, 가족들에 대해, 생활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서로가 마음을 열고 긴장을 풀고 대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빅터교회가 아쉬움 속에 우리에게 작별 인사를 하던 순간이 오버랩 되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빅터교회와 늘사랑을 하나로 묶었던 것처럼, 그 사랑을 무슬림에게 전해야 한다는 동질감이 나와 4명의 백인 목사를 하나로 묶었다. 서로 사랑하는 관계가 되게끔 했다.

생각해보니 이번 주일에 우리교회를 방문하는 최선교사 부부는 한/미 커플이다. 하나님의 사랑안에 인종과 문화의 벽을 초월한 커플이다. 빅터교회, 테네시 목회자, 그리고 최선교사 부부의 방문까지. 모두 3번의 유사한 메시지가 7월 한달동안 나에게 전달되었다. 성경에서 3은 완전수이기 때문에, 나는 종종 내 삶에 세번 이상 반복되는 메시지에 주의를 기울인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에는 이토록 위대한 힘이 있다. 그 어떠한 벽과 허물도 초월하는 능력이 있다. 이 사랑으로 목회하라고 나에게 말씀하시는구나. 우리 교회에 이런 사랑이 흘러넘치길 기대한다고 말씀하시는구나. 그래서 우리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되어 전진하기를 원한다고 말씀하시는구나. 7월 한달간 우리 교회에 이렇게 많은 목회자들과 성도들을 보내주신 까닭은, 바로 이 메시지를 나에게 전달하시기 위함이라 생각된다.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주자나 남자나 여자 없이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 (갈3:28)”

2. 하나님께서 일하시는 방법은 우리의 생각과 다르다.

빅터교회와 테네시 목회자들은 한인들의 근면함과 성실한 신앙생활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특별히 테네시 목회자들은 Clarkston에서 사역하는 한인 사역자의 사역을 보며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자신들은 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틀 안에서만 사역을 해왔고, 계산에 맞지 않으면 절대로 move forward하지 않았는데, 하나님을 절대적으로 의지하며 나아갈 때, 실제로도 수 많은 열매를 맺는 이 사역자를 보며 크게 도전받았고, 자신들의 사역을 되돌아보게 되었다고 한다.

그들은 한국인들에게 고린도전서 12장에 나오는 믿음의 은사(gift of faith)가 있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아도,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이 분명하면 순종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된다고 했다. 그들은 늘사랑의 개척스토리를 통해 이런 스피릿을 보았고, 그래서 우리 교회를 돕고 싶다고 했다. 또한 Clarkston에서 사역하는 한인 사역자를 통해서, 다시한번 그것이 확인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 자신들의 목회지로 돌아가, 자신들이 해야 할 일들, 지금까지 해온 일 중에 혹시라도 점검하고 보완해야 할 일들을 찾아보겠다고 한다.

나는 이들의 겸손함에도 놀랐지만, 우리와 같은 개척교회가 이들에게 이런 영적인 도전을 줄 수 있었다는 것에 더욱 놀랐다. 그동안 나는 주류사회에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규모있는 교회와 재정으로 큰 사역을 할때에만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순전히 나의 착각이었다. 사실 이런 물량주의적 접근으로 이민교회가 주류교회에 영향력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얼마나 있을까. 우리는 자주종종 하나님께서는 눈에 보이는 영역에서만 일하신다고 착각하지만, 사실 하나님께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일하심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신다고 믿는다. 우리의 믿음도 영혼도 모두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서서히 그러나 분명하게, 우리 교회는 백인교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일에 쓰임받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지난 2년간 모든것이 막혀있는 것만 같은 답답한 시간을 보내며 몸도 마음도 상해져 가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 와중에도 쉬지 않고 일하셨음을 고백하게 된다.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특별한 방식으로 그 일을 진행해 오셨고, 앞으로도 그러하실 것을 믿는다.

따라서 겸손하게 주님의 뜻을 묻고 주님의 뜻에 따르는 것이 성도의 본문임을 확인하게 된다. 주님은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지날때에도 나를 보호하시며, 끝없는 낭떠러지를 떨어지는 것만 같을 때에도 나를 붙잡으신다. 그리고 우리의 마음속에 소망의 불이 사그라져갈 때, “지금도 내가 너와 함께 하고 있단다” 라고 말씀해 주시는 것을 잊지 않으신다.

이렇게 7월이 사랑과 겸손이란 메시지를 남기고 지나간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만이 우리를 하나되게 하기에 사랑해야 하고, 주님의 뜻을 다 헤아릴 수 없기에 겸손해야 한다. 이 두가지 성품은 예수님의 성품이 확실하다. 7월 한달을 통해 내게 주신 주님의 메시지를 기억하고, 살아내길 소망한다. 또한 우리 교회와 성도들의 삶에서, 주님께서 기대하시는 회복과 변화가 일어나길 소망한다.

“이는 내 생각이 너희의 생각과 다르며 내 길은 너희의 길과 다름이니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이는 하늘이 땅보다 높음 같이 내 길은 너희의 길보다 높으며 내 생각은 너희의 생각보다 높음이니라 (사55:8-9)”

Previous
Previous

[한국일보가 만난 사람] 아틀란타 늘사랑교회 이상헌 목사

Next
Next

2022 VBS